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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패턴'이라 부르면 안 되는 이유
테카 Techca
2025. 4. 25. 02:59
‘사용자 경험 디자인' 또는 ‘UXD’라 함은, 사용자 친화적인 동시에 권한을 부여하여 제품과 사용자 간 상호 작용을 촉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사용자'라는 단어가 정말 중요한데, 우리가 디자인할 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잘 접근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것은 물론, 출시 전 제품의 품질 및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실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몇 가지 디자인 이슈는 종종 다른 여러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되기 때문에, 반복 가능한 솔루션, 또는 UX 패턴이란 것이 등장했다. 가령, 단일 웹 사이트 안에서 다른 섹션, 혹은 페이지를 분리해야 할 경우 페이지 상단에 배치하는 ‘내비게이션 바’를 활용하거나, 앱 내에서 변경하거나 사용자 정의가 가능한 속성이 있을 때 ‘설정’ 페이지를 추가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패턴들은 일반적으로 특정 이슈에 효과가 입증돼 통용되고 있는 솔루션으로,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이러한 패턴을 사용할 경우 모든 사람이 빠르게 인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좌절감 및 학습 곡선을 줄일 수 있다.
UX 패턴의 예로, 1-2-3순위와 같이 중요도(Weight)에 차이를 둔 버튼이 있는데, 이때 주요(1순위) 버튼의 경우 다른 버튼보다 더 눈길을 끌어야 하며, 사용자가 취해야 하는 주요 행동을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이에 대한 예시는 웹사이트, 프로그램, 앱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아래 Spotify의 사례를 살펴보자.
재생 목록에 이미 존재하는 노래를 추가할 때 해당 팝업이 나타난다.
여기서 잠깐! 만약 당신이 재생 목록에 이미 존재하는 노래를 추가하려 할 때 위와 같은 팝업이 나타났다면, 이때 선택해야 하는 주요 버튼의 이름은 '추가'여야 할까 '취소'여야 할까? 순간 직관적이지 못하다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이 경우에는 주요 버튼이 ‘취소(CANCEL)’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이 옵션은 해당 노래가 재생 목록에 이미 존재하는 경우에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용자 또한 재생 목록에 그 곡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아마도 노래를 중복해 추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히나 메시지를 읽지 않을 때) 주요 버튼은 클릭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Spotify는 이 주요 버튼(취소)으로 사용자가 재생 목록에 중복된 노래를 더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는 통용되고 있는 UX 패턴의 매우 멋진 사용자 친화적인 사례로, 바로 이런 게 올바른 UX 패턴이 대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사악한 목적을 가지고 이러한 UX 패턴을 사용하는 회사도 있었는데, 이러한 사례는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가령, 몇몇 회사는 이 주요 버튼의 UX 패턴을 이용해 사용자에게 비즈니스적으로 더 나은 옵션이지만, 사실 사용자에겐 더 안 좋은 경험을 제공했다. 이에 대한 몇 가지 간단한 예를 살펴보자면...
위는 여러분이 스마트폰 브라우저에서 reddit을 방문할 때, 앱을 설치하게끔 공격적으로 시도하는 사례이다.
‘쿠키 정책에 대해 알아보시겠습니까?’ 이때 여러분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학고 Got it(실은 쿠키 사용)을 클릭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링크보다도 크고 반짝이는 버튼을 더 많이 누를 것이다. 패턴 자체로는 똑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위의 경우를 살펴보면, 사용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게 다크 패턴이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다크 패턴에 있어 위와 같은 사례는 꽤 약한 축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유형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소규모에서 대규모 사업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위 사례보다 훨씬 더 악질적이다.
이런 다크 패턴의 공통점은, 어떠한 피처가 사용자에게는 유용하지만 회사 측에는 도움이 안 될 때 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사용자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이익이 될 경우에는 사용자가 그러한 기능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요소이면서 동시에 회사 또한 직접적으로 이익을 보지 못하는 잘못 설계된 UX의 예와는 다르다.
다크 패턴은 분명히 UX 디자이너들이 만들어서는 안 되는 요소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단지 의도가 달라진 "일반적인" 패턴이며, 쓰이는 행태가 달라졌을 뿐이다. 여기서 내가 이 ‘다크 패턴’에 대해 짚어보고자 하는 포인트 중 첫 번째는 바로…
1. 패턴 자체는 본디 의도하는 바가 없다.
이점이 내가 다크 패턴이란 이름이 알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패턴 자체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며 자주 ‘반복해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수학과 물리학을 생각해 보자. 그런 분야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데 반해, 가령 다리를 건설하는 것에서부터 끔찍한 핵 홀로코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수학과 물리학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과 물리학이 본디 나쁘다거나 혹은 부정적인 것이 아닌 것처럼, 세상에 본디 ‘부정적인 용도의 법칙'이나 ‘우주 만물에 본디 깃든 악법'같은 것은 없다. 단지 우리가 그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2. 결정권자로부터 책임을 빼앗는다.
또 다른 두 번째는, ‘다크 패턴'이라 이름을 지어버리면 UX 디자이너들은 정작 작업 시 본인이 그런 패턴을 취했다 하더라도 잘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나는 절대 다크 패턴을 사용하지 않을 거야, 나는 나쁜 디자이너가 아니거든'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본인도 모르게 다크 패턴을 디자인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을 쓴 나조차도 그랬을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그게 다크 패턴인 줄도 모른 채 그 방향이 비즈니스적으로 더 좋을 거라 주장했거나 혹은 그 누군가가 여러분이었을 수도 있다. 그저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간 것은 아닐지. 다크 패턴은 적용할 때 어떤 경고나 신호를 주지 않기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사용자에게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무심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패턴을 업무에 활용하는 대신, ‘다크'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연관 짓는 것은 작업자로서 오해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본인은 절대 쓰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오히려 경각심을 덜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흑과 백 사이에는 끝이 없다.
마지막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흑백'적 사고방식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이 커머스에서 근무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사용자가 보고 있는 것과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거나 혹은 두 가지 모두를 판매하고 싶을 수 있다. 또 그도 아니면, 여러분은 필수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모든 화면에서 가입하거나 로그인할 수 있게끔 인지시키고 이를 통해 선호도를 충족시키고자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려 할 것이다. 혹 SNS나 게임 서비스라면, 사용자를 오랫동안 붙잡아 두고 싶을 것이다.. 구독 서비스를 디자인할 경우에는 가장 저렴한 패키지를 강조하는 가격 비교 차트를 디자인했을 것이다. 그러한 패키지는 어쩌면 한 달 단위로 봤을 때는 저렴하지만, 한 번에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사용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옵션일 것이다.
그게 정말 ‘다크’ 패턴일까? 일부 다크 패턴은 쉽게 발견되기도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반면 엄격하게 사용자 친화적이지는 못하더라도 비즈니스적인 목표를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사용자에게 조금은 불리할 수 있는 일종의 회색 영역도 물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사실 균형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고 때로는 지켜야 할 선 조차도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우리가 단지 패턴을 '사용자 친화적' 또는 '(불합리한) 다크'로 분류해 버린다면, 오히려 실제 행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UX 윤리와 비즈니스 가치에 대하여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다크 패턴’을 악으로 간주하고 다른 모든 것을 선으로 치부하는 것은 모두가 더 신중하게 토론하고 평가해야 하는, 정말 모호하고 어려운 영역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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